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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돈으로 철학하다. 재무설계

인생을 표현하는 방법

어떤 사람의 인생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직함을 내세우고, 누구는 자신이 가진 차, 집, 옷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개인적인 영역까지 내려가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지로 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비슷하게는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도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 준다. 재무설계는 살면서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쓸지를 계획하는 것이다. 재무설계는 30년 후 노후자금 마련에서부터 당장 다음달 카드 값을 막는 것 까지를 포함한다. 내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서 재무설계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보는 좋은 계기이다. 재무설계는 현재와 목표의 갭을 메우는 계획이기 때문에 실천력이 있는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생로병사

‘생로병’까지 왔고 이제 조용히 눕는 일만 남았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008년, 생전에 한 말이다. 누구나 태어나고 늙고 아프고 죽지만 그 누구도 생로병사를 매번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다. 늙고 병드는 것은 젊은 사람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굳이 늙고 병드는 것을 생각해봐야 우울해지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재무설계를 하면서 노후와 질병을 생각하면 보험으로 대응을 할 수 있다. 보험을 가입함으로서 현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의 우울함과 비용을 비교하면, 보험의 필요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우울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집, 새 차를 구매하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차를 탈 것인지는 나를 비롯한 가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재무설계는 금액과 시간이 정해지는 그 특유의 디테일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계를 할 수 있다.

 

재무설계의 목적은 상품 권유

한국에서 재무설계의 시작은 보험사였다. 당연히 재무설계의 끝에는 보험상품 가입이 권유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도 상당부분 유효하다. 재무설계가 직업, 소득과 같은 개인의 경제적인 부분에서 시작해서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인생의 주요 이벤트를 빼놓을 수 없고 주거, 소비와 같은 개인별로 편차가 큰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시간과 품이 무척이나 많이 걸린다.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험에서나 사용 가능한 툴이다. 앞서 이야기한 예처럼 인생의 주요이벤트인 노후, 질병, 사망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에 최적화된 판매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험상품은 재무설계의 한 부분이고 도구일 뿐이다. 그보다는 현재의 내 상태를 직시하고 앞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재무설계의 의의이다. 재무설계는 금융사별로 무척이나 보편화되어 어떤 방식으로든지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는 상품 판매가 목적이기 때문에 그 마지막이 항상 부담스럽다. 또한 개인의 소득, 계획이 노골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에서 제공하는 재무설계  http://csa.nps.or.kr/main.do

필자가 소개하는 재무설계는 국민연금 내연금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재무설계이다. 당연히 상품권유도 없고,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과정도 없다. 재무설계의 진행은 기본정보 > 재무목표 > 수입정보 > 소비지출 > 자산정보 > 부채정보로 이뤄져 있다.

1단계 기본정보에는 내 가족을 넣게 되어 있다. 아내와 자녀의 이름을 넣으면서 나와 연관된 다른 사람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하단 가정치에는 물가상승률과 교육비 인상률, 소득상승률, 투자수익률을 넣게 되어 있다. 수익률을 넣다가 알게 되었는데, 난 낙관론자는 아닌 것 같다.

2단계 재무목표 탭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어있는데 각 항목이 노후자금, 자녀교육자금, 자녀결혼자금, 주택자금, 기타이벤트로 정해져 있다. 어느 하나 만만한 항목이 없다. 하단의 ‘재무목표 구체화하기’에서는 노후 생활비와 은퇴시작 나이를 넣게 되어 있고 자녀교육자금 및 결혼자금, 주택자금의 예상 금액을 입력하도록 되어있다. 하나씩 입력하다보니 결국 은퇴는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3단계 소득정보에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을 입력하도록 되어있고 공적연금, 퇴직금, 퇴직연금에 대해서 넣게 되어 있다. 참고로 이번 재무설계를 통해서 국민연금이 생각보다 좋은 제도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공적연금이 고갈되는 것과는 별개로 지급되고 있으며 펀드와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제도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4번째는 소비지출을 입력하게 되어 있다. 자신의 소비를 파악하는 것은 재무설계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알아야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소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려고 보니, 이미 빠듯하게 운영되고 더 이상 줄일 항목이 없다.

5단계에서는 자산 정보와 수익률을 넣게 되어 있다. 복리로 계산할 때 투자자산의 수익을 1% 높이는 것은 무척이나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며, 수익 이외에도 변동성을 줄이는 것도 무척이나 큰 부분이다. 올해 주식시장의 조정이 뼈아팠다.

마지막으로는 부채 정보를 넣게 되어 있다. 신용카드, 자동차대출, 신용대출에서부터, 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보증채무 등까지 넣다 보면, 내가 끌어 쓴 나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