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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국민연금을 위한 변명

때리기 좋은 국민연금

언론에서 접하는 국민연금은 모든 악의 온상처럼 보인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에서도 재벌의 세습을 돕는 도구로 쓰였고, 요즘 같은 주식폭락장에서는 ‘국민연금 수익률 4분의 1토막 났다’와 같은 헤드도 쉽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에서는 어차피 고갈되어 받지도 못할 것 내가 왜 내야하나? 라는 의견이 많다. 과연 국민연금은 악의 축이기만 할 것인가?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

2015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크기는 전세계연금펀드 중 3위에 해당하며 성장세를 볼 때 자산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연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연못 속 고래’라는 표현처럼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의 크기가 큰 만큼 한국자본시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 국민연금이 예상되는 손해에도 반대를 하지 않아 58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었고 이 결정에는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음이 밝혀졌다. 국민의 연금이 오히려 권력의 도구가 된 셈이다. 이전부터 국민연금은 적극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이슈였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재벌 체계를 개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법이기도 하고 위의 예처럼 정경유착의 도구로도 쓰여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공공성 때문에 위에 든 예와 같은 후진적인 결정은 갈수록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단순히 크다는 것 때문에 생기는 영향력으로도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내 연금이 마이너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수익률의 공격이 거세다. 국민의 연금이 주식에 투자해서 손실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어떤 기사에서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못하다는 내용도 싣고 있는데 무척이나 시선을 끌긴 한다. 하지만 수익률은 어디까지나 벤치마크 대비해서 비교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벤치마크지수의 수익률을 언급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하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것이다. 각 연기금마다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분배율이 달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국민연금의 보도해명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0.9%로 해외 주요 연기금 수익률에 비해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참고로 일본 연금은 -1.87%, 노르웨이는 0.27%, 네덜란드는 1.3%, 캐나다는 6.47%이다. 일본은 이겼다.

 

젊은 세대는 무조건 손해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나중에 고갈되어서 젊은 세대는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우선, 국민연금은 고갈되는게 맞다. 국내의 공무원, 군인 연금과 같이 선진국의 주요 국민연금은 이미 고갈되어 있다고 한다. 고갈된 연금은 실질적으로 세금으로 보전되어 지급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연금 고갈을 이유로 연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아직 없다고 한다. 연금제도 자체가 개인연금과 같이 많이 불입하여 받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해소하고 생활의 질 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연금제도는 결국 세금으로 유지하는 것이 맞다. 현재 국민연금의 상대적으로 혜택을 더 받는 노령층이지만 그 혜택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OECD국가에서 노령 빈곤이 1위이다. 국민연금은 결국 복지국가로 가는 하나의 도구이다. 세대간의 다소 손익은 발생하겠지만 늙은 세대를 뒷받침했던 젊은 세대는 다음 세대의 도움으로 살아갈 것이고 그 다음 세대도 그렇게 될 것이다. 혹자는 국민연금은 희생이 아닌 연대라고 했다. 또한 예상되는 부담이 GDP의 10%미만으로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