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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직원의 경영일기

지갑은 열고 이야기하자

우리 부장은 새로 전입 온 내 동기에게 일하면서 힘든 일이 있는지 물었다.
내 동기도 이제 사회 경험이 충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몇 차례 힘든 점이 없다고 고사를 했지만 그래도 부장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라면서 몇 번이나 힘든 점을 계속 재차 물었다.
우리 동기는 본질적이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할 만한 문제를 생각하던 중에 업무 범위가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 라는 고충을 이야기했다.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보긴 한 건가?"
동기는 순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실무자일 때, 매뉴얼을 항상 볼 수 있도록 가지고 다녔어. 그리고 마케터는 자기 시간이 없는 거야 그렇게 한번 해봤어?"
이어지는 부장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한 내 동기는 울분을 토하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나도 언제든 저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세대간에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각자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입장이 다르면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닌 협상이지만 보통 기성세대가 더 힘이 세고 젊은세대가 원하는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통 대화와 협상은 진행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엄밀하게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모르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가 대중화되면서 잠시 중지되었던 회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조직들은 또다시 불가능한 소통을 회식이라는 이벤트로 시도하려고 한다. 대부분 부장님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은 들을 것이다. 사실 직원들은 평소에도 높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굳이 회식을 하면서 시도할 필요가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산해진미이다. 개인차가 있긴하지만 직원들이 평소에는 먹기 힘든 메뉴를 제공한다면 일부 좀 들어줄 의향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내 돈으로 먹기엔 좀 아까운 비싸고 조금 주는 가성비 떨어지는 음식을 먹으면서 약자가 이야기하고 강자가 듣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지갑은 열고 입을 닫을 수 없다면 지갑이라도 열고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