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냥 창구 직원이야.
영어학원을 다닐때, 직업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What do you do for a living?(직업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당당히
I’m a banker.(나는 은행 다닙니다.)라고 했다.
선생님은 내 오류를 바로 정정해 주었다. You are a bank clerk. (너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선생님은 ‘banker’는 은행을 소유한 은행가나 임원과 같은 고위직을 말한다고 했다. 학원선생님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은행을 소유하지도 않았고 임원도 아니었다. 은행에 들어간 나는 줄곳 창구에 앉아있었다. 흔히 말하는 창구직원이었고 처음에는 개인소매영업을 하다가 외환/기업여신을 맡긴 했지만 내가 있었던 곳은 흔히 말하는 기업들이 모여있는 지점이 아니었다. 대부분 개인사업자 위주의 여신을 처리했었다. 대학생 시절 떠올렸던 금융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힘없는 은행
2011년 미국의 월가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운동이 있었다. 월가에 있는 금융기관들의 부도덕성에 반하여 시민들이 움직였던 것인데 이런 이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에서도 금융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은행의 복지나 급여가 좋은 편임은 인정하나 미국처럼 정부에 강한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오히려 각종 규제에 정부의 눈치를 봐야한다. 생각보다 힘이 없다. 은행 문턱이 높았던 것도 몇 십년 전 이야기이다. 은행간 경쟁이 심해서 대출고객은 서로 모셔가기 위해서 경쟁하기 일쑤고 대출실행과정도 대부분 시스템화 되어서 직원의 재량으로 불가능한 기업을 대출해주기 어려운 구조이다.
영업점 환경
얼마전 은행직원들이 100km행군을 하는 것에 대해서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답글로 은행원이 왜 100km행군을 하냐? 라는 것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은행 영업현장을 볼 때, 100km행군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몸에도 생각은 대뇌가 하고 그에 대한 행동은 소뇌가 담당하듯이 은행조직에서도 기획부서에서는 기획을 하고 영업점에서는 실행을 한다. 그 실행을 하기 위해서 각 지점에 해야 할 과제를 주고 그 수행여부로 직원은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반 입출금부터 펀드, 보험, 외환, 대출까지 각각의 상품과 관련 법령도 엄청나게 많다. 은행 일이 반복되는 일이 많지만 그 아래 깔려있는 사전지식까지 알기는 어렵다. 즉 불완전판매가 이뤄지기 쉽다. 또한 평가받는 목표가 다양하다보니 직원조차도 상품에 대해서 편협한 지식만 가지고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
직원의 딜레마
창구에 앉아있는 직원도 딜레마에 빠진다. 할당된 목표는 있는데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고객의 요청을 수행하면서 내 목표도 채워야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고객의 요청과 내 목표를 이루려다 보니 아무래도 길게 설명하기 어렵다. 고객도 바쁘기도 하고 전달받아야 하는 정보량 자체가 많다보니 순수하게 창구에서 완전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운영계획
이 사이트는 내 은행에서 일했던 시절의 아쉬움 때문에 만들었다. 큰 그림을 기획하나 실행의 디테일에는 관심이 없는 banker가 아닌 그냥 창구직원인 bank clerk으로서 상품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었다. 고객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상담시 궁금한 부분만을 직원에게 질문할 수 있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상품에 가입해서 피해를 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은행에서 혹은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이슈들을 하나씩 살펴볼 예정이다.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용대출의 중요요소 – 직군과 신용등급 (0) | 2018.09.26 |
---|---|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들_MMF, CMA (0) | 2018.09.24 |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기준점 – 수수료, 편리함 (0) | 2018.09.23 |
인터넷에서 가입가능한 적금상품들 (0) | 2018.09.22 |
가장 기본적인 상품- 예금, 적금 (0) | 201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