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직원의 경영일기

내가 누군지 알아? 라면서 화내는 사람들

A Bank Clerk 2025. 2. 19. 21:10

최근 법인을 하나 만들어서 관련 업무를 하는 중이다. 

사업자를 내고 이제 계좌를 만들려고 하는데, 요즘 신규 법인에 대해 계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아마 법인 신규 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여러가지 범죄의 창구로 사용되는 모양이다.

범죄 방지는 이해하겠는데 나는 당장 법인 계좌가 있어야 영업이 가능한데

몇 번 거절을 당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집 근처에 있는 K은행을 가니 사무실 근처가 아니라면서 실사가 불가능하니 은행영업점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라고 했고, 막상 사무실 근처에 있는 K은행에 가니 자기가 이 동네를 잘 아는데 공유사무실인 것처럼 보이니 계좌개설이 어렵다고 했다. 그 동안 집 근처에 있는 K은행에서 기다린 시간,  사무실 근처까지 간 시간,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오늘 기다린 시간이 순간 파노라마 처럼 눈앞에 흐르면서 화가 났다.

 

"왜 계좌를 개설해 주지 않아?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대목에서 금방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말이 뇌리에 스치는 순간, 내가 이제 회사를 그만두었음을 다시 인지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법인의 업종은 아무 것도 없이 만들 수 있는 전자상거래에 대표도 내가 아니었고, 사무실도 공유사무실로 사실 내가 봐도 의심이 가는 모양새이긴 했다.

 

매출 만원도 없는 신규 법인의 일원이 나였다.

상대가 처음 들었을 내 이름 석자 밖에는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름 K은행에 거래가 있어서 방문했지만, 직원들에게는 꽉 차있는 마통만 보였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직원이 받을 수 있는 이득은 없고 리스크만 있어보이는 고객이 바로 '나'인 것이다. 

그래 이제 시작인데 무슨 화를 낼 수 있을까? 

 

예전에 은행에 근무할 때, 이미 화가 나있는 사람들을 보면 잘 이해가 안 됐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날까? 

그런데 지금 이렇게 화가 난 내 모습이 우스웠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들도 나 처럼 생각과는 많이 달라서 그랬을 것이다. 

 

이후에는 집 근처에 있는 S은행, H은행, G은행에서도 거래가 있는 지점에 가라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여 계좌를 만들기 어려웠다. 특히 G은행 직원분은 만들어 줄 것처럼 서류를 받고 나서는 시간만 흘려보내서 몇일을 손해 봤다. 전화를 하는데 누가 봐도 내 요청을 잊어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일언지하에 거절하던 다른 분들과 달리 나름 적극적으로 응대해줄 때의 고마움이 섭섭함으로 변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사무실 근처에 있는 S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조언을 준 공유사무실 직원과 S은행 직원 분께 감사드린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정리되지 않은 글이지만 

정리해보면, 은행에서 화내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내 생각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나는 예전에 그 일을 해 봤을 뿐 현재는 모른다.)

 

사랑합니다. 신한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