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을 파업으로 치닫게 한 '페이밴드'
과연 돈 때문에 파업을 했을까?
어제인 8일 KB국민은행 노조가 오전 9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조합원 1만명이 파업에 참여 밝혔다. 19년만의 파업에 참여하였다. 우선 국민은행의 파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은행직원이 고연봉의 귀족노조라는 시각이 강하고 은행산업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영향이 있어 고객불편 및 국가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을 누구보다도 KB국민은행 경영진과 노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고, 사측은 협상에 실패했을까? 우선 성과금 추가 지급 때문은 아니다. 많은 뉴스에 나온 것처럼 KB국민은행은 사상최대 순이익으로 현금이 넘쳐나고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은 금융권에 재직중인 고액연봉자들이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진 :KB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출처:JTBC뉴스 페이스북)>
19년전 파업과 같은 이유-고용불안
19년만의 파업의 이유는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이다. 우선 페이밴드는 일정기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기본급을 동결하는 제도이다. 현재 은행의 연봉체계는 호봉제로 연차가 늘어나면 점차 기본급이 상승하지만 페이밴드를 적용하면 승진에서 누락된 직원들은 급여가 정체되는 것이다. 이는 임금피크제 연령과 더불어 KB국민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일정기간마다 인원감축이 되풀이 되는 금융권에서 페이밴드의 적용은 자신이 구조조정의 대상임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장치일 수 있다. 19년전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반대했던 이유가 결국에는 고용불안인 점을 보면 19년전 파업과 일맥 상통하는 셈이다.
은행권의 페이밴드
KB국민은행의 파업은 결국 세대갈등으로 보일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파업에 분노한 네티즌 들의 댓글에 파업참가자들을 모두 해고하고 청년취준생을 고용하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KB국민은행의 경영진의 목표와 비슷하다. 뉴스1보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에서 책임자급 직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은행이 58.5%로 KB국민은행이다. 과거 KB국민은행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페이밴드를 적용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적용하지 못했고 2014년 이후 입사자만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밴드 적용에 대해서 다른 은행권을 보면 신한은행의 경우 2006년부터 과장이하의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고 KEB하나은행의 경우 구하나가 2000년부터 적용하고 있으나 합병한 외환은행과 기준이 달라 임단협마다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차장급을 대상으로 기본급 상한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완화된 페이밴드가 적용 중이다.
치열한 밥그릇 싸움
노조원의 파업참여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은 전국의 영업점을 정상적으로 오픈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당부분의 업무가 모바일/인터넷으로 처리가 가능하여 기본적인 금융이용에는 차질이 없지만 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기업금융업무는 한계가 있어 거점점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당부분이 자동화 되었지만 아직은 인력이 필요한 은행에서 경영진은 조직인력구조 변화로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고 그 안의 은행원들은 생존을 위한 밥그릇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노동자라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예고된 파업으로 불편하다면 다른 은행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KB금융의 주주가 아니라면, 고액연봉자들이 서민의 이자로 호위호식한다는 수준 낮은 비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KB금융은 상장주식의 68%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어 근로자들이 임금으로 받아가는 편이 이익금을 배당하는 것보다 국내소비진작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기사 : 국민은행 파업쟁점 '페이밴드'…'인력구조 개선 vs. 무한경쟁', 뉴스1, 2019-01-09